“ 미분양은 부동산 경기회복의 바로미터, 수술이 필요하다 ”
제조업의 영업∙마케팅 분야에는 WOS란 용어가 있다. ‘Week of Sales’의 줄임말로서 영업현장에서 중요하게 관리하는 지표로서, 이런 의미를 가진다. 한 주에 X개의 물건 을 팔 수 있다면, 대체 몇 주치의 재고 물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게 국내라면 배송에 2~3일이면 가능하니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만약에 영국 법인의 WOS라고 생각해 보자. 엄청나게 많은 소매점의 데이터를 평균 내어 한 주에 소비자가 몇 개의 제품을 사 가는지 알아 냈다고 해도, 이 WOS를 적정 수치로 조절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기업이라면 공장의 생산용량이 한정되어 있고, 국가별 우선순위(잘 팔리는 순위)에 따라서 생산 물품을 배분하고 이것이 배 또는 선박으로 이동도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통관 절차도 거쳐야 한다. 갑자기 항공사 노조가 파업도 하고 배가 납치되기도 하고… 하지만 소비자는 개의치 않는다. 제때 물건이 없으면 경쟁사의 물건이 팔려서 우리 회사의 마켓 점유율을 잃는다. 그래서 기업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이렇게 WOS를 관리하다가도 2022년 처럼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게 된다. 한 푼이라도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중고를 사기도 하고, 온라인을 적극 이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 세일까지 기다리며 버틴다고 한다. 계속 이런 상황이면 영국법인의 창고에서 나간 제품들은 거래선의 창고나 매장의 재고로 쌓이게 된다. 우리 몸에서 보면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의 본사 공장에서는 제품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 순 간에 재고가 쌓이니, 영국법인에서는 한국 본사에 SOS를 쳐서 더 이상 물건을 받지 못 한다고 말해야 한다. 제품이 영국 법인창고에 쌓여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 거래선의 매장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면 악성 재고가 된다.
식품 의 경우 폐기처분까지 해야 한다.
기업의 손실은 누적되어 가고 글로벌로 비슷한 상황 일테니, 모든 법인들이 신규로 팔 물건을 받아 갈 수 없게 된다. 그러면 한국의 본사 도 망하게 되는 것이다. 재고라는 것은 이렇게 암과 같은 존재이다. 아파트 시장에서 이런 암적인 존재가 바로 미분양이다. 미분양은 경우에 따라 다르게
볼 필요도 있다. 어떤 경우는 건설사 혹은 정비사업의 조합이 더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높은 가격에 분양하고, 그 분양가에 팔지 못해도 그 이후에 일반 매수자에게 파는 소위 ‘줍줍’(떨어진 이삭 줍듯이 줍는다는 의미에서 유래)이라는 형태로 암암리에 팔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2월 책을 집필하는 현재를 놓고 보면 그런 상황이 아니다. 때로는 공급과잉으로 때로는 매수 수요 위축으로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 현상이 암처럼 퍼져나가서 악성 미분양이 되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통상 부르는 것은, 준공 후 팔리지 않은 미분양이다. 보통 미분양은 준공 전 미분양을 의미한다)
전국을 놓고 크게 보면 대구는 한계 수요를 초과한 물량 공급이 그 원인이라 볼 수 있고, 다른 지역 대부분은 순간적 수요 위축이 누적되다 보니 재고가 쌓이고 재고가 쌓이니 다시 신규 분양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 데이터도 부동산 지인 웹사이트에서 파악해 보자. 다만, 미분양의 경우 신고의무가 없기 때문에 완벽한 데이터는 아닐 수 있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 경로: 부동산 지인 > 지인 빅데이터 > 미분양
부동산 지인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2년 12월까지 총6만8천 수준이고, 준공 후 미분양은 7천5백 수준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분양 경기가 얼어붙게 되면 주기적으로 뉴스 기사만 잘 검색해 보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 을 기울이고 있고, 특히 국토부에서 주의해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2월 28일
경향신문의 타이틀이다.
그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자.
“올해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7만5000가구를 넘어서면서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도 커지게 됐다. 정부는 아직까지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1월 주택통계’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7211가구) 늘었다. 2012년 11월 (7만6319가구)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대치다.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증가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 5월(2만7000가구) 이후 미분양은 8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와 자산시장 호황을 틈타 ‘분양만 하면 완판’ 되던 최근 2~3년 사이 건설사들이 지방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면서 지방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현재와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한 지방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곽 지역,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재 미분양은 건설사의 가격 할인 등 자구 노력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일시적인 마찰성 미분양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정부 기관은 건설사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수분양자의 경제적 손실과 금융기관이 부실화 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 어렵다. 국토부 장관의 말은 그에 앞서서 건설사가 가격을 할인하든지 손을 써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도 100원을 받으면 그 돈의 대부분으로 빚잔치를 하고 나면 10%도 남지 않을 테고, 그간의 금융비용도 올라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제 건설사 마진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생각해 보라. 소비자는 분명 ‘20% 정도 할인해 주면 살텐데’라고 하겠지만, 갑자기 닥친 경제충격에 가격을 낮출 여력이 없는 건설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다. 하나가 무너진다고 끝이 아니다. 이는 금융기관과 맞물려 있어서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무척 위험하다.
우리는 부린이 투자자로서 침체기 혹은 하락기에 이 미분양 수치가 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 이후에는, 미분양이 소진되는 속도가 중요하다. 과거 대구 아파트 시장의 데이터를 보면 2010년 이후 미분양이 소진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세가 상승함을 알 수 있다. 이 동맥경화가 풀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시세 상승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미분양은 부동산 침체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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